은행 점포 1000여 개 폐쇄…”비도심 거주자 금융 환경 악화”

국내 은행 점포 감소 현황

지난 5년간 국내 은행 점포 1000여 개가 문을 닫으며 금융 접근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 점포는 지난달 기준 5690개로, 5년 동안 1189개가 폐쇄됐습니다. 특히 수도권에서 708개, 비수도권에서 481개가 사라졌습니다.

폐쇄된 점포의 69%는 4대 시중은행의 점포로, KB국민은행이 26.3%, 우리은행 24%, 신한은행 22.9%, 하나은행 18.8%의 점유율을 기록했습니다. 또한 국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같은 기간 9307대가 줄어 2만7157대로 감소했습니다.

한국의 은행 점포 수와 국제 비교

한국의 성인 인구 10만 명당 은행 점포 수는 12.7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5.5개보다 적습니다. 지역 금융을 담당하는 소규모 은행이 많은 미국(26.6개)이나 일본(33.7개)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준입니다. 이러한 점포 감소는 디지털 금융 전환과 비대면 거래 증가에 따른 세계적 추세지만, 특히 고령자와 비도심 거주자 등 금융 취약계층의 금융 거래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의 입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 접근성 제고를 위한 금융권 공감의 장’에서 “금융권이 디지털 전환과 비용 절감에만 치중하며 물리적 점포를 축소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금융 산업은 국민에게 공적 기능을 위임받은 만큼 금융 소비자들의 접근권을 보장하는 것은 필수적인 책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이어 “은행 점포 폐쇄 절차를 철저히 이행하고 공동점포와 이동점포 같은 대체 수단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특히 고령층과 장애인 같은 취약계층을 위한 디지털 금융 교육 강화와 금융 거래 지원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금융 접근성 제고를 위한 대책

대체 수단 활성화

금감원은 은행권과 협력해 점포 대체 수단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공동점포 및 이동점포 설치를 확대하고, 비용 분담 원칙을 명확히 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또한 AI 점포 운영을 위해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적극 활용할 예정입니다.

디지털 금융 교육과 상담 선택권

고령자를 위해 모바일 금융 앱에 간편 모드를 도입하고, 일반 상담원과 AI 상담 중 선택권을 제공해 접근성을 높일 방침입니다. 현재 은행, 저축은행, 신협에 이어 신용카드와 보험, 증권 등 금융권 전반으로 확대 적용될 예정입니다.

장애인 맞춤형 금융 지원

장애인의 금융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회사의 장애인 응대 매뉴얼을 정비하고, 장애 유형별로 특화된 인프라를 확충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동등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예정입니다.

전문가들의 의견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AI와 챗봇 상담의 증가가 소비자, 특히 디지털 역량이 낮은 고령층의 선택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사람을 상대할 권리도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의철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등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장애 유형별로 특성을 고려한 개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결론: 공정한 금융 접근성의 필요성

은행 점포의 지속적인 축소는 디지털 전환의 흐름 속에서 불가피한 면이 있지만, 금융 취약계층의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은 충분히 마련되어야 합니다. 공동점포와 이동점포 확대, 디지털 금융 교육 강화, 장애인 맞춤형 지원 등은 금융권이 반드시 실천해야 할 과제입니다. 금융산업의 공적 기능을 되새기고, 국민 모두가 공평하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합니다.